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

• 발행기관: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
• 저자명: 최영호
• 간행물 정보: 『이순신연구논총』제1호, 1~13쪽, 전체 13쪽
• 주제분류: 인문학 > 역사학
• 파일형태: PDF
• 발행일자: 2003.02.28

국문 초록

문학은 역사적 사실만으로 쓰여지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이 문학적 소재로 옮아오면 그것은 더 이상 역사적 산물, 역사적 상황, 역사가의 증언이 아니다. 오히려 문학은 역사 자체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실과 진실은 항상 일관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며, 지나간 역사도 모든 것이 기억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문학에서의 실제성은 과거와 현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은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차용한다. 역사소설이 과거의 사실에 기반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국 작가의 역사적 해석이자 미학적 창작물이다. 문학 작품이 반드시 역사적 기록과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문학은 역사적 사료를 넘어 작가들의 직관력과 상상력으로 진실 이상의 진실을 찾아낸다. 즉, 작가의 해석이 개인의 독단적 편견이 아닌 동시대인들의 관점을 반영할 때 그때의 문학은 다시 역사의 일부가 된다. 문학은 드러난 삶을 다루되 드러나지 않은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것이 역사가 바라는 바의 진실과 결코 다르지 않다면, 문학은 역사학보다 훨씬 설득적일지 모른다. 과거의 존재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이 추구한 삶의 보편적 가치를 오늘의 삶으로 복원하는 일이 후대인들의 몫이라면, 그 일은 역사가들에게만 위임된 과제가 아니다. 문학 역시 그 짐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역사문학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물론 문학의 허구성이다. 문학의 특권인 <허구>와 역사적 <사실>은 상호배치되는 개념으로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다. 그렇다면 역사소설에서 <허구>가 가능하며, 가능하다면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작가 박경리의『토지』에 대한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의 지적은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체적인 진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원용하는 <허구> 때문에 문학은 오히려 역사학이 도달하지 못하는 역사적 진실에 더욱 더 다가갈 수 있는 경우도 있음을 알 아야 할 것 같다. <허구>가 허용되는 것이 역사학에 비해 역사문학의 일종의 특권일 수 있으며, 이 특권이 곧 역사문학으로 하여금 역사학에 앞서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진실이 사실만으로 규명 가능하다는 논리를 반박한다. 역사의 진실은 그 역사를 경험한, 그 역사를 만들고 참여한 사람들의 의식, 감정, 사고, 환상 등을 떠나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문학은 이런 일상화되고 내면화된 현실을 다양한 관점으로 찾아낸 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의 현실과 다시 만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고는 화석화된 역사적 인물로서의 이순신이 아닌, 과거에서 현재까지 숨쉬고 있는, 나아가 앞으로도 살아있을 인물로서의 이순신을 밝혀보려 한다. 역사 속의 이순신은 고독한 영웅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적들과 대치하고, 전략을 짜고, 백의종군하고, 심지어 시를 짓는 그 순간에도 그의 모습 속엔 수많은 백성들이 함께 하고 있다. 문학작품 속에 형상화된 이순신을 통해 작가들이 이순신을 역사 속에서 다시 찾아 각색하고 개성을 부여한 다양한 상황이 무엇인지, 허구의 형태로 현실화된 인물의 존재론적 가치는 어떠한지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 삶의 의미를 성찰해 보려 한다.

목차

Ⅰ. 문학과 역사의 거리

Ⅱ. 문학적 재현으로서의 이순신

1. 신채호의 『리순신전』과 애국계몽운동

2. 이광수의 『이순신전』과 관념적 계몽주의

3. 홍성원의 『달과 칼』과 운명공동체

4. 김탁환의 『불멸』과 숨겨진 권력관계

Ⅲ. 시인(詩人) 이순신

Ⅳ. 재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