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적 관점에서 ‘이순신학’의 정립을 위한 제언

• 발행기관: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
• 저자명: 최영호
• 간행물 정보: 『이순신연구논총』제2호, 1~14쪽, 전체 14쪽
• 주제분류: 인문학 > 역사학
• 파일형태: PDF
• 발행일자: 2004.07.17

국문 초록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수록 많은 사람들에 의해 떠올려지는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은 이순신이다. 그는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안착해 있으며, 절망에 직면해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을 정신으로 우리 곁에 살아있다. 각종 위인전 시리즈 가운데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고, 본격 문학작품들도 해마다 그를 앞다투어 형상화하고 있다. 바로 지난 주 창작과비평사가 내놓은 어린이용 위인전 『충무공 이순신』을 위시해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훈의 『칼의 노래』가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특히 김훈의『칼의 노래』는 우리나라 출판계에 일대 선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태전, 바로 이 자리에서 1908년 <대한매일신보>에 게재된 신채호의 『리순신젼』를 비롯해 이광수의 『이순신전』, 홍성원의 대하소설 『달과 칼』, 김탁환의 『불멸』을 논거로 기존의 이순신 관련 소설류를 일별한 필자에게도 이 책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이유는 문학이 역사적 사실만으로 쓰여지지 않고, 오히려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차용하고 있음을 김훈의 소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섭은 문학이 어느 정도 “역사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고 했지만, 문학은 이러한 불만을 불만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동인으로 발전시킨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김훈 또한 『칼의 노래』를 통해 역사에 대한 불만을 인식하는데서 나아가 현재와 미래에도 ‘살아있는’ 이순신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김훈이 박제된 역사가 아닌 생명력을 지닌 역사를 그리는 방식은 자신과 이순신을 동일 존재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환은 다음과 같이 평을 한 바 있다. 김훈은 『칼의 노래』를 이순신이 자기에 대하여 말하는 자기서술로 전개하고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1인칭 자기서술과 인물시각서술은 동일한 것이므로 김훈이 해야 하는 일은 이순신이란 인물의 시각을 보여주기 위하여 상상의 영역을 최대 한도로 확대하여 김훈이 이순신이 되기도 하고 이순신이 김훈이 되기도 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김훈에게 있어 역사적 존재(이순신)와 현실적 존재(작가)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역사적 존재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또 ‘두려움 없이’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역사적 존재인 이순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적 존재인 자기 자신을 위해 이순신을 끌어들임으로써 역사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집착을 극복해냈다. 역사를 위해서가 아닌, 현재의 삶을 보다 삶답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이런 시도는 오히려 역사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되어 지나간 것은 의미 없고 진부한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현대 대중문화의 시대에 ‘오래된’ 소재인 이순신을 중심 화자로 다룬 문학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현상을 단순히 작가의 글쓰기 방식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그 새로운 관심, 새로운 기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문화,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글은 왜 오늘날 이순신이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는지 문화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순신이 구현한 보편적 가치로서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이순신학의 성립 가능성에 대한 제언으로 제시해 보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글은 기존 학계의 논의에 대한 ‘뒷북치기’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학계의 다채로운 논의가 있어 왔고, 그 일단은 역사학계의 상당한 연구로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여기서는 단순한 반복보다는 이 주제를 다룸에 있어 핵심적인 사항인 이순신의 정신을 중심으로 살피면서 필자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목차

Ⅰ. 새로운 관심과 문학계의 돌풍

Ⅱ. 시대 정신과 공정의 원리

Ⅲ.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이순신의 접근

Ⅳ. 이순신학의 성격 규정